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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의 Cook & 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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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맛집2021-02-22 17:10
카테고리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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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문화의 공기 같은 '라면'



1985년, 신문사에서 일하는 친척을 통해 구독했던 여성지에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었다. 1958년의 일이다. 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가진 전부를 날리고 스스로 삶을 마감할 생각까지 먹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술이나 한잔 걸치자며 들른 선술집에서 그동안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뎀뿌라를 튀기고자 식재료에 걸쭉한 반죽을 입혀 끓는 기름에 담그니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왔다.


바로 저거다! 밀가루 면을 튀기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기포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다공질이 된다. 덕분에 끓는 물에 넣으면 수분을 훨씬 더 잘 흡수해 빨리 익는다. 남자는 안도 모모후쿠(1910~2007), 그가 개발에 거듭 실패한 음식은 바로 라면이었다. 몇달의 연구 끝에 같은해 8월, 튀긴 면에 닭고기맛 스프를 더한 치킨 라면이 발매됐다. 안도의 라면은 세계로 진출하다 못해 미국의 교도소에서는 화폐로도 쓰인다. 싸고 흔한데다가 감출 만큼 작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긴 덕분이다. 한편 한국에는 1963년 상륙해 쇠고기 국물에 고춧가루의 얼큰한 맛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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